[BAR] 1914 라운지바 - 강남 조선팰리스 라운지 바 / 추천은 하지만 개인적인 아쉬운 경험을 곁들인 ,,,

물론 서비스로 인해 긍정적인 기억이 있다면 더없이 좋은 경험이겠으나,
사실 '아무 생각 없었다'라는 경험도 상당히 좋은 경험이다.
불편함, 불쾌함 없이 물 흐르듯 지나간 그런 무난한 기억 말이다.
 
조선팰리스 24층에 있는 1914 라운지 바에 n번 방문하면서 느낀 후기가 그러했다.
압도적인 층고와 창 밖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강남의 야경, 넓은 공간, 고급스런 인테리어, 우아한 라이브 공연 ...
숨쉬듯이 고급스러운 서비스는 5성급 호텔의 품격을 보여주는 듯 했다. 
여태껏 우리 커플의 좋은 시간을 위해 종종 갔었으나, 이제는 가기가 힘들 것 같다. 

조선팰리스 1914 라운지바 내부 

 

1914라운지바 추천하는 점

칵테일의 퀄리티와 가격이 생각보다 합리적인 편이라고 생각한다.
한 잔에 28~ 30천원 정도에, 바에 앉으면 커버 차지 1만원이다. 위스키 가격대도 나쁘지 않다.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생각할 할 정도. (와인은 관심 없음)
 
주위를 둘러보면 가벼운 칵테일, 맥주와 푸드 메뉴를 즐기는 2~4인 분들도 많이 있었고
바틀을 까는 분들도 있었고
뭐, 암튼 다양한 사람들이 프라이빗한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호텔 바에 오는 이유가 거의 그렇지 않은가 싶다.. 프라이빗한 시간을 더 소중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 
 
그래서 호텔 바에서는 그런.. 마치 생명체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모든 서비스와 경험이 중요한 요소이지 않을까 생각하곤 했다. 그런 면에서 이 라운지바는 꽤 고급스러운 경험을 제공하고 칵테일도 재밌고 맛도 괜찮다.
 

기본 안주 - 코팅된 견과류, 맛있게 시즈닝된 말린 건두부 스낵, 올리브 / 지속적으로 채워주셔서 좋다.

 

조팰의 헤리티지를 담은 칵테일 (23년 초?에 갔었던 것 같은데)

조선호텔 100년 역사를 풀면서 스토리텔링을 입힌 밸런스 좋은 칵테일을 선보인다. 보통 서브와 함께 칵테일에 담긴 스토리를 함께 서빙해준다. 

이렇게 생긴 전용 스토리북도 있다. 찬찬히 읽으면 조선호텔과 한국 근대 문화 역사를 훑을 수 있다. 재밌다.

상쾌하고 귀여운 맛이었던 룸보이

계속 생각날정도로 맛있게 마셨던 파이어니어  .. 원심분리한 우유를 써서 우유의 색과 텍스쳐는 없지만 맛은 은은하게 남아있어서 상당히 재밌는 맛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판매 안 함. 

음식 : 갈비라구파스타라고 써있었지만 우린 이걸 갈비찜파스타라고 하고 싶어요

가볍게 분위기 내기 좋은 롱 드링크, 마릴린먼로 / 준쨩은 좋아하지만 나는 개 싫어하는 가니쉬로 치즈 얹어진 숏드링크, 팜 코트

올드패션드 스타일로 블렌딩 한 칵테일을 2주간 숙성시킨 칵테일. 옆에 있는 스포이드로 물을 취향대로 추가하며 희석시키며 마시면 된다. 아는 맛이 맛있다고, 진하고 맛있게 마셨었다.

 

시간이 지나 23년 연말에 재방문

최신 메뉴판

아쉽게도 지난 방문때 가장 맛있게 마셨던 파이어니어가 없어졌다 ㅠ (로즈가든이란 것도 마셨었는데, 장미향 뿜뿜에  많이 달았던 걸로 기억.. 최신 메뉴판엔 없네)

B&V / 커피, 캄파리, 허브리큐르. 개인적으로 폼과 함께 마실 때 보단, 폼이 다 가라앉고 칵테일이 좀 식었을 때 (?) 훨씬 맛있다. 아무래도 퍼넷블랑카의 풍미가 초반엔 강렬해서 커피 향이 많이 묻혔다가, 나중갈수록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IT'S 1914 / 1914 라운지 바에서 볼 수 있는 석양이 가장 예쁜 시간, 7시 14분이라고 한다. (귀여우니 그렇다고 치자). 드라이 아이스가 퐁당 있는 버킷에 칵테일이 담겨있다. 주스 수준의 잼민이 맛이라서 방문객들이  낮은 도수로 편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당일 청모를 하고 와서 배가 아주 불렀던 터라 스타트로 나쁘지 않은 첫 잔이었다.

 

1914 칵테일 스토리 북 뒷 장에 보면 여러 클래식 칵테일도 소개되어있다. 거기에 있는 칵테일 2잔을 시켰고, 둘 다 좋은 밸런스에 아주 괜찮았었다. 

 

바 맨 끝에 앉으면, 설거지 장소가 바로 앞이긴 하나 이런 뷰를 시원하게 독차지 할 수 있어서 좋다.

 

아쉬운 경험

사실 '아.. 이런걸로 기분 상하면 쫌생이 같은데..' 싶은 경험이긴 하다.
그래도 덕분에 글을 쓰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호텔 바에서는 어떤 경험을 원할까?
바로 편안하고 프라이빗한, 그리고 프리미엄한 시간이지 않을까?
그리고 멋진 지출을 할 수 있는 방문객에겐 더욱 프리미엄한 접객이 이루어질 거다. 나는 그런 돈을 지출할 의사도, 능력도 없다. 때문에 호텔바에서 평소에 다니는 바에서 받는 그런 커뮤니케이션은 바라지 않는다. 나 같은 경우엔 애초에 방문 목적부터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쉽고 속상했었다. 
 
첫번째 아쉬움은, 1914 칵테일 북에 있는 클래식 칵테일을 시켰을 때 .. 물론 아주 맛있었다. 서브도 정말 멋있게 해주셨다. 스터한 루비를 헤드바텐더 분이 아주 멋있게 잔에 따라 주셨다.
그치만 굳이 "책 보고 만들어야겠어요" 라고 유쾌한 톤으로 말씀하셨어야 했을까는 의문이다. 평소에는 별로 주문이 없는 칵테일이었나보다. 자신감과 유쾌함 ... 이 담긴 저 한마디가 사실 마음 한켠엔 '아 .. 나 잘못시킨걸까?'라는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결과적으론 맛있는 한 잔이었기에 우리는 기대를 품고 세번째 드링크로서 다음 잔을 골랐다.
 
그렇게 겪은 두번째 아쉬움은, 두 번의 거절이었다.
1914 칵테일 북에 있는 라운지바의 대표 칵테일들 중 몇몇 개가 정식 메뉴에서 사라졌다. 때문에 우린 주문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 최신 메뉴판에 있는 칵테일인 '진바질스매쉬' 골랐다. 
괜히 아주 멋있었던 지배인님께 말 한마디라도 걸고 싶어 이 주변에 오실 때 까지 기다렸다. 
아..그런데 우리 앞 까지는 안 오시더라. 우리와 두 좌석 떨어진 곳에 앉은 발베니를 드시던 분까지만 보시고 유턴 하셨다. 그리고 조금 더 기다리다가 손을 살짝 들어 드디어 지배인분에게 오더를 넣을 수 있었다.
진 바질 스매쉬를 주문했고, 5분? 정도 지나고 다른 앳된 직원분이 오셔서 바질 재료가 소진되어 죄송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아.. 그럴 수 있지 ㅠㅠ'
그리고 다음 잔을 찾다가, 메뉴판 가장 앞에 있던 프로모션 메뉴를 방금 그 앳된 직원분께 주문했다. 

최근 글렌모렌지 테일즈오브 도쿄의 평이 좋기도 했고, 레시피도 재밌어보여 '플럼 사워'를 시켰다.

아.. 그런데 또 해당 직원분이 3분 정도 후에 다시 찾아와 재료 소진으로 주문이 불가하다 하시더라. 순수한 궁금함으로 이번엔 어떤 재료가 소진되었는지 질문하였으나, 재료를 말씀주시지 않았던 걸로 보아 본인도 '재료 소진'이라는 만능 답변만을 오더를 넣었을 때 받으셨나보다. 
 
여기서 복합적인 불쾌함이 느껴졌었다.
굳이 우리가 다른 업장에서 겪었던 경험들과 비교하자면, 1차 주문 불가 시 다른 주문이 되지 않는 칵테일을 설명받는다거나 매니저나 메이킹 하시는 분이 오셔서 상황 설명과 함께 다른 칵테일 추천을 자연스레 이어주시거나 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앳된 직원분이 계속 진심어린 사과를 혼자 하시는 게 불편했다.
 
두 생각이 공존했다.
'왜 이분이 계속 사과를 하시는 거지? 바로 앞에 계신 지배인분이나 직접 메이킹 하시는 바텐더분들도 계신데 ..' & '아 근데 내가 뭐라고 이 분 말고 다른 분께 익스큐즈를 듣고 싶어 하는 걸까...' 
이 모순된 감정을 느끼는 나 자신에게도 불쾌했다.
 
결국 조금 멀뚱히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가 일어남으로 인해 그 앳된 직원분이 더 죄송해하는 것이 보여 마음은 좋지 않았지만, 괜히 여기서 꾸역꾸역 앉아있고 싶지 않았다.
재료 소진으로 주문을 거절했을 터인 메이킹 존 옆에서 결제를 기다리면서도, 앳된 직원분을 제외한 익스큐즈는 듣지 못했다. '바쁘니까... 바쁘니까... 호텔 바니까...'  괜히 다른 유명 호텔 바인 찰스H에서의 좋기만 했던 기억과 비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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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나누기 당한 것 같은 불쾌함, 나따위에 대한 자격지심이 충돌한 것 같다.
아마 나는 바 자리에 앉아서 무엇인가 기대한 게 아니었을까? 
이제 이 라운지 바에 당분간은 가지 않을 것 같다. 씁쓸한 마음이 든다. 
 
귀갓길에 동네에 자주 가는 클래식 바에 들려 익숙한 칵테일과 익숙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마음을 달래고 좋은 마음으로 귀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