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 서촌의 참, 임병진 유니버스 : 참 제철, 뽐

나와 연애하며 칵테일 바 투어의 세계에 빠진 준쨩에게 꼭 경험시켜주고 싶은 바가 있다.
바로 '임병진' 바텐더의 업장들이다.

임병진 바텐더는 국내 여러 유명 바에서 경력을 쌓으며 2015년 월드클래스 우승도 하고, 2018년에 서촌의 '참'을 차리며 아시아 베스트는 물론 월드 베스트 바 100위 안에 들게 한 스타 바텐더다.

'참'은 한옥 분위기의 바로, 참나무로 인테리어를 하여 '참'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칵테일의 스타일은 한국적인 재료를 사용하여 동양적 멋이 엄청난 밸런스를 자랑한다.
아시아 베스트가 되며 엄청난 인기 때문에, 나도 19년과  20년에 방문하고 다시 방문하기가 쉽지가 않다. (캐치테이블로 한 달 전에 예약 해야함)

'참'을 성공시킨 이후 임병진 대표분은 서촌을 중심으로 자신만의 '지속 가능한 바'의 유니버스를 착실히 구축하고 계셨다.
참신한 재료 및 지역 식자재의 사용, 다양한 인퓨징 기법 등으로 시선을 사로잡으면서도 컨셉/공간력/맛을 모두 본인만의 유니버스 안에 녹여냈단 게 굉장하다.  

이번년도 준짱과 함께 방문한 곳은, 비교적 예약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뽐'과 '참 제철'이다.

뽐

뽐은 참 다음 오픈한 두 번째 업장이다. 참 주변에 있다. 현재는 김현철 오너바텐더 분의 지휘 하에 있다
  참보다 캐주얼하고 넓고 탁 트인 분위기다. '사과'가 메인 컨셉인데, 생그럽고 발랄하며 마시기 편한 칵테일과 분위기를 추구하는 것 같다. 낮에도 운영 하는 업장인데, 낮에 분위기가 더 좋다. 햇빛이 인테리어를 완성하는 그런 기분?
쓰이는 재료(사과, 찻잎 등)를 직납 형식으로 농지에서 바로 가져온다고 들었다.

예약자 모두 이렇게 해주는 지는 모르겠는데, 이날 제철 예약 했다가 제철 내부 사정으로 예약 취소를 당해서.. 여기라도 예약 잡아달라고 따로 DM 보냈었다. 그렇게 성사된 뽐 방문!

라 뽐므. 맨하탄 트위스트. 깔바도스가 베이스로 들어간다.  멜라 사워는 맛있었당

지중해 칵테일. 진 베이스에 이탈리쿠스과 유자로 당과 시트러스의 밸런스를 잡고, 후추로 킥... 스파클링 와인으로 우아한 목넘김 선사. 바질향도 빠져선 안 될 후각적 매력...ㅇ ㅅㅇ 제일 맛있었다.

참 제철

비교적 최근 새로이 오픈한 제철에 방문했다.

굉장히 좁다! 바 좌석이,, 8석? 내부 4인 테이블 1석, 외부 테이블 3석? 내부는 전부 예약제이며 외부는 워크인으로 자리가 있으면 착석이 가능하다. 바의 경우 2시간 반 정도의 이용 시간이 있는데, 제철을 즐기기엔 충분하다. (야외석에서는 재털이 옆에서 흡연이 가능하다. 참고!)

제철 메뉴판 2 / 가격이 2만원 초반이고 커버 차지가 없다. 아주 합리적인 칵테일 가격이다. 

제철 칵테일

제철이라는 이름에 맞게, 시즌성으로 실험적인 메뉴를 계속 소개하는 참의 실험실 같은 곳이다. 계속 남아 있는 스테디 칵테일도 있으나, 그러한 칵테일들도 시즌에 맞게 변화하고 진화한다.  

첫 잔인 아메리카노. 라거를 마시는 듯한 시원한 기분의 편안한 칵테일이라는 설명을 들었지만, 그냥 개 미친 칵테일이다. 존나 맛있다;; 밀크 워싱이 아닌 요거트 워싱을 통해 커피도 인퓨징한 캄파리를 하얗게 했다. 캄파리의 떫음에 요거트의 꾸리꾸리를 더한..? 콤부차를 써서 인지 상쾌함이 더 짜릿했다. 한마디로 평을 남기기 어려운 재미있고 우아하고 신기하고 커피 맛이 나면서 복합적인 칵테일이다.

아도니스 인 시즌! 감식초? 를 어케어케 한 버무스를 사용했다고 하셨는데 기억 안 남. 무거운 숏 드링크 같지만, 막상 마셔보면 묵직하기 보단 향긋하고 목넘김만 살짝 묵직하다. 그리고 샐러리가 들어가 허브한 복합미가 끌려온다. 생긴 것도 귀엽다! 저 귀엽게 꼿꼿한 잎은 아래에 깔려 있는 홍시 샤베트에 꽂혀있다. 칵테일을 다 마시고 저 홍시를 먹으면 된다.

마이타이 인 시즌! 가장 저도수 칵테일이지 않을까? 사실 맛이 잘 기억은 안 난다. 땅콩 팔레넘이 들어갔다는 사실 말고는 기억이 희미하다. 편하게 잘 마셨다는 기억이 남았는데, 암튼 이것도 아주 맛있었다.

참의 울트라 슈퍼 시그니처, 참 제주 네그로니.(제철 메뉴판엔 없지만 시켜봐라) 초콜릿 없이 다크 초콜릿의 진함을 끌어내는 오마이갓스러운 네그로니다. 둥글레를 인퓨징 한 고소리 술을 기주로 사용했다. 고소리술은 안 그래도 꼬소~한데 둥글레 차를 인퓨징하면 어떤 효과가 더 있는 건지 궁금하다. 제주 감귤 초콜렛 느낌에 버무스로 마무리되는 맛의 길이 개쩔었다. 꽤 단데?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단 초콜릿 캐릭터가 제주 네그로니의 전부는 아니다.

사워 인 시즌 / 당근 피클 맛 때문에 나는 향만 맡았음. 준쨩은 맛있게 드심!

사실 임병진 대표님과는 개인적으로.. 예전에 참가했던 한 대학생 칵테일 대회의 심사위원과 참가자로 만나 나 혼자만의 내적 친밀감이 있었다. 그리고 대회 직후 참을 몇 번 방문하면서 인스타 맞팔을 하긴 하였으나, 시간이 몇 년 지났으니 나를 기억하고 계실 지는 몰랐다.

괜히 인사 드렸다가 뻘쭘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 두려워, 단순한 손님1로서 뽐과 제철을 방문했었다. 제철에 방문했을 때 운 좋에 임대표님이 계셨다. 그래도 계속 인사를 드리지 않았다. 그치만 나를 기억해 주셨다.

'곧 결혼하시죠?' 라며 반겨주시니, 솔직히 울뻔했다.

그 대회는 "최선을 다했던 기억"이면서도 본선 진출 이외에는 좋은 성적은 내지 못했기에 "약간의 흑역사"이기도 하다.  오글거리긴 하지만, '위스키와 칵테일'이란 나만의 빛을 찾고 정말 노력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외면하고 싶은 기억은 아니다. 그런 나의 최선을 다했던 시기를 기억해 주신 것에 한없이 감동했던 하루였다.